동아시아 철학의 새로운 사유방식의 틀 -
(7) 증산도의 양가적 사유방식 '양전兩全'의 논리
(증상도 상생문화연구소 원정근 박사)
증산도의 사상은 한국지성사에서 볼 때 매우 놀랄만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증산도 사상이 한국사상에서 그 뿌리가 깊은 저항의 이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우주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이념을 제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증산도 사상의 창조적 이념은 어떤 사유방식의 틀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증산도 사상의 특성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증산도의 사상은 양극단으로 대립되는 두 가지 사상을 하나로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우주문명을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김형효교수는 이런 증산도의 양가적 사유방식을 몇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해명하고 있다.
(김형효, 『원시반본과 해원사상에 대한 철학적 성찰』 - 증산사상 연구 논문집 中)
첫째, 증산도의 사상은 충효사상을 부정하면서도 충효사상을 긍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보자.
그릇된 도덕 관념이 현실을 마비시킬 때
1 기유년에 하루는 어느 지방에서 ‘젊은 부인이 남편 상(喪)을 당한 뒤에 순절(殉節)하였다.’ 하거늘
2 상제님께서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악독한 귀신이 무고히 인명을 살해한다.” 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이러하니라.
3 忠孝烈은 國之大綱이라
충효열 국지대강
然이나 國亡於忠하고 家亡於孝하고 身亡於烈하니라
연 국망어충 가망어효 신망어열
충효열은 나라의 큰 기강이니라.
그러나 나라는 충(忠) 때문에 망하고
집안은 효(孝) 때문에 망하며
몸은 정렬(貞烈) 때문에 망하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2:135)
증산 상제님께서는 충효열이 국가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긍정하면서도 충효열이 도리어 나라와 집안과 몸을 망치게 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부정한다.
여기서 우리는 증산도 사상이 유가의 충효 사상을 긍정하면서도 동시에 부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둘째, 증산도 사상은 서양 문명을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긍정한다.
신명을 박대하는 서교의 운명
5 서교(西敎)는 신명을 박대하므로 성공치 못하리라.
6 이는 서양에서 신이 떠난 연고니라.
7 구천에 사무치는 ‘시~’ 소리에 서양이 덜덜 떠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4:48)
마테오 리치 대성사의 큰 공덕
1 이마두(利瑪竇)는 세계에 많은 공덕을 끼친 사람이라. 현 해원시대에 신명계의 주벽(主壁)이 되나니 이를 아는 자는 마땅히 경홀치 말지어다.
2 그러나 그 공덕을 은미(隱微) 중에 끼쳤으므로 세계는 이를 알지 못하느니라.
3 서양 사람 이마두가 동양에 와서 천국을 건설하려고 여러 가지 계획을 내었으나 쉽게 모든 적폐(積弊)를 고쳐 이상을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4 다만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틔워 예로부터 각기 지경(地境)을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들로 하여금 거침없이 넘나들게 하고
5 그가 죽은 뒤에는 동양의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돌아가서 다시 천국을 건설하려 하였나니
6 이로부터 지하신(地下神)이 천상에 올라가 모든 기묘한 법을 받아 내려 사람에게 ‘알음귀’를 열어 주어
7 세상의 모든 학술과 정교한 기계를 발명케 하여 천국의 모형을 본떴나니 이것이 바로 현대의 문명이라.
8 서양의 문명이기(文明利器)는 천상 문명을 본받은 것이니라.
9 그러나 이 문명은 다만 물질과 사리(事理)에만 정통하였을 뿐이요, 도리어 인류의 교만과 잔포(殘暴)를 길러 내어 천지를 흔들며 자연을 정복하려는 기세로 모든 죄악을 꺼림 없이 범행하니
10 신도(神道)의 권위가 떨어지고 삼계(三界)가 혼란하여 천도와 인사가 도수를 어기는지라
(증산도 도전道典 2:30)
셋째, 증산도 사상은 동학에 대해 양가적 태도를 취한다.
동학군의 패망을 예고하심
1 그 해 7월 어느 날 밤에 불을 밝히지 않고 홀로 앉으시어 깊은 명상에 잠기시니라.
2 이 때 조화로 충만한 천지의 원신(元神)을 열고 삼매에 드시어 동학군의 운명을 예시하는 옛 시 한 수를 읽으시니 이러하니라.
3 月黑雁飛高하니 單于夜遁逃라
월흑안비고 선우야둔도
欲將輕騎逐할새 大雪滿弓刀라
욕장경기축 대설만궁도
어두운 달밤에 기러기 높이 나니
선우가 밤을 타서 도망하는구나.
경기병 이끌고 뒤쫓으려 할 적에
큰 눈 내려 활과 칼에 가득하도다.
4 이 글로써 사람들에게 동학군이 겨울에 이르러 패망할 것을 일러 주시며 “동학에 들지 말라.”고 권유하시더니
5 과연 겨울에 동학군이 관군에게 패멸되매 이 말씀을 순종한 사람은 무사히 화를 면했으나 듣지 않고 종군한 자는 모두 죽음을 당하니라.
6 증산의 말씀을 그대로 믿었던 사람들이 모두 증산을 일컬어 말하기를 “신인(神人)이라.” 하고 “공부 않고 날 때부터 아는 사람이라.” 하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1:53)
인간으로 내려오신 천주님
9 동학 주문에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이라 하였으니 나의 일을 이름이라.
10 내가 천지를 개벽하고 조화정부를 열어 인간과 하늘의 혼란을 바로잡으려고 삼계를 둘러 살피다가
11 너의 동토에 그친 것은 잔피(孱疲)에 빠진 민중을 먼저 건져 만고에 쌓인 원한을 풀어 주려 함이라.
12 나를 믿는 자는 무궁한 행복을 얻어 선경의 낙을 누리리니 이것이 참동학이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3:184)
넷째, 증산도 사상은 동양사상의 전통적 종교인 유교, 불교, 도교에 대해서도 양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공자의 안빈낙도(安貧樂道)란 인간이 못할 일이니, 나는 만물을 해원시키노라.”
(증산도 도전道典 11:220)
공자와 맹자의 기운을 거두심
1 상제님께서 하루는 큰 소리로 공자를 불러 말씀하시기를
“공자야, 네가 천추(千秋)에 대접을 받았으니 내 세상에는 그 녹(祿)을 끊으리라.” 하시더니
2 다시 말씀하시기를 “그러나 네가 간절히 비는 고로 물밥은 내려 주리라.” 하시니라.
3 이어서 성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에 공자 신명이 머물 만한 땅이 없게 되었느니라.” 하시고
4 다시 큰 소리로 맹자를 부르시어 “맹자야, 이 역적놈아!” 하고 꾸짖으시니라.
5 이에 한 성도가 여쭈기를 “맹자를 역적이라고 꾸짖으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하니
6 말씀하시기를 “마음속에 임금과 신하의 의리가 있다면 임금을 임금 같지 않게 볼 수가 있겠느냐.
7 신하가 임금을 원수같이 보았으니 내쳐도 무방하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4:46)
선천 성인 심판 공사
1 이 날 오후에 약방 마당에 멍석을 깔고 상제님께서 그 위에 반듯이 누우시어 치복에게 “새 자리를 그 앞에 펴라.” 하시거늘
2 치복이 명하신 대로 멍석을 가져다 펴니 상제님께서 허공을 향해 준엄한 음성으로 말씀하시기를
“꼼짝 마라. 오늘은 참 성인을 판단하리라.” 하시고
3 문 앞에 세워 두었던 기(旗)를 가져다 불사르게 하시니 뜻밖에 벽력이 일어나니라.
4 이 때 상제님께서 큰 소리로 명하시기를 “공자(孔子) 부르라.” 하시니 성도들이 어쩔 줄 몰라 머뭇거리거늘
5 다시 “어서 공자를 부르지 못할까!” 하고 호통치시매 성도들이 놀라서 엉겁결에 “공자 잡아 왔습니다.” 하는지라
6 상제님께서 “불러 오라 하였지 잡아 오라 안 했는데 너무했다.” 하시고 “너희들은 눈을 감고 보라.” 하시므로
7 성도들이 눈을 감고 보니 뜻밖에 펼쳐 놓은 자리에 공자가 무릎을 꿇고 “공자 대령했습니다.” 하고 아뢰더라.
8 상제님께서 꾸짖으시기를 “공자야, 네가 소정묘(少正卯)를 죽였으니 어찌 인(仁)을 행하였다 하며, 삼대(三代) 출처(黜妻)를 하였으니 어찌 제가(齊家)하였다 하리오.
9 또한 내 도(道)를 펴라고 내려 보냈거늘 어찌 제자들을 도적질 해먹게 가르쳤느냐. 그 중생의 원억(寃抑)을 어찌할까. 그러고도 성인이라 할 수 있느냐!
10 너는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가거라.” 하시고 큰 소리로 “저리 물리쳐라.” 하시니라.
11 이어 “석가(釋迦)를 부르라.” 하고 명하시니 즉시 석가모니가 “대령했습니다.” 하고 꿇어앉아 아뢰거늘
12 상제님께서 꾸짖으시기를 “석가야, 너는 수음(樹陰) 속에 깊이 앉아 남의 자질(子姪)을 유인하여 부모의 윤기(倫氣)와 음양을 끊게 하니
13 너의 도가 천하에 퍼진다면 사람의 종자나 남겠느냐. 종자 없애는 성인이냐?
14 네가 국가를 아느냐, 선령을 아느냐, 중생을 아느냐. 이런 너를 어찌 성인이라 할 수 있겠느냐. 너도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가거라.” 하시고 “이 자도 물리쳐라.” 하시니라.
15 상제님께서 다시 명하시기를 “야소(耶蘇) 부르라.” 하시니 즉시 예수가 꿇어앉아 “대령했습니다.” 하고 아뢰거늘
16 상제님께서 꾸짖으시기를 “야소야, 너를 천상에서 내려 보낼 적에 내 도를 펴라 하였거늘 선령을 박대하는 도를 폈으니 너를 어찌 성인이라 할 수 있겠느냐!
17 네가 천륜을 아느냐 인륜을 아느냐. 너는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가거라.” 하시고 큰 소리로 “이 자를 물리쳐라.” 하시니라.
너희들 모두 나의 도덕 안에서 살라
18 이어서 “노자(老子)를 부르라.” 하시니 즉시 노자가 “대령했습니다.” 하매
19 상제님께서 꾸짖으시기를 “노자야, 세속에 산모가 열 달이 차면 신 벗고 침실에 들어앉을 때마다 신을 다시 신게 될까 하여 사지(死地)에 들어가는 생각이 든다 하거늘
20 ‘여든한 해를 어미 뱃속에 머리가 희도록 들어앉아 있었다.’ 하니 그 어미가 어찌 될 것이냐.
21 그런 불효가 없나니 너는 천하에 다시없는 죄인이니라.
22 또한 네가 ‘이단(異端) 팔십 권을 지었다.’ 하나 세상에서 본 자가 없고, 나 또한 못 보았노라.
23 그래도 네가 신선(神仙)이냐! 너도 이 세상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가거라.” 하시며 큰 소리로 “당장 물리쳐라.” 하시니라.
24 잠시 후에 상제님께서 또 명하시기를 “공자, 석가, 야소, 노자를 다시 부르라.” 하시니 그들이 모두 대령하거늘
25 말씀하시기를 “들어라. 너희들이 인간으로서는 상 대우를 받을 만하나 너희들의 도덕만 가지고는 천하사를 할 수가 없느니라.
26 너희들의 도덕이 전혀 못쓴다는 말은 아니니 앞으로 나의 도덕이 세상에 나오거든 너희들 모두 그 안에서 잘 살도록 하라.
27 나의 말이 옳으냐? 옳으면 옳다고 대답하라.” 하시며 소리치시니 천지가 진동하여 문지방이 덜덜 떨리더라.
28 상제님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수천 년 밀려 오던 공사를 금일에야 판결하니 일체의 원억이 오늘로부터 고가 풀리느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10:40)
선천 종교의 종장을 교체하시고 종교문화를 통일하심
1 선도와 불도와 유도와 서도는 세계 각 족속의 문화의 근원이 되었나니
2 이제 최수운은 선도의 종장(宗長)이 되고
3 진묵은 불도의 종장이 되고
4 주회암은 유도의 종장이 되고
5 이마두는 서도의 종장이 되어 각기 그 진액을 거두고
6 모든 도통신(道統神)과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려 각 족속들 사이에 나타난 여러 갈래 문화의 정수(精髓)를 뽑아 모아 통일케 하느니라.
7 이제 불지형체(佛之形體) 선지조화(仙之造化) 유지범절(儒之凡節)의 삼도(三道)를 통일하느니라.
8 나의 도(道)는 사불비불(似佛非佛)이요, 사선비선(似仙非仙)이요, 사유비유(似儒非儒)니라.
9 내가 유불선 기운을 쏙 뽑아서 선(仙)에 붙여 놓았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4:8)
모든 문화의 진액을 뽑아 모으심
3 또 모든 족속들이 각각 색다른 생활 경험으로 유전된 특수한 사상으로 각기 문화를 지어내어 그 마주치는 기회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큰
시비를 이루나니
4 그러므로 각 족속의 모든 문화의 진액을 뽑아 모아 후천문명의 기초를 정하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4:18)
다섯 째, 증산도의 사상은 최익현에 대한 평가도 양가적이다.
즉 최익현의 우국충정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고종 부자의 천륜을 끊은 죄를 비판한다.
최익현의 의병 기운을 거두심
1 병오년 윤4월에 상제님께서 형렬과 성도들을 데리고 만경으로 가시니라.
2 이 때 최익현(崔益鉉)이 태인에서 의병을 일으키거늘
3 때마침 날까지 가물어 인심이 흉흉하여 의병에 가입하는 자가 날로 늘어나매 그 군세를 크게 떨치니라.
4 이에 상제님께서 수일 동안 만경에 머무르며 말씀하시기를 “최익현이 고종 부자의 천륜을 끊어 그 대죄(大罪)가 그의 몸에 붙어 있노라.
5 장차 백성들이 어육지경이 되리니 이는 한갓 민생을 해칠 따름이니라.” 하시니라.
6 이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큰비가 쏟아져 여러 날 계속되니 의병의 기세가 크게 약해지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5:137)
그 재질이 대사를 감당치 못하므로
1 상제님께서 최익현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만경을 떠나 익산 만중리(益山 萬中里)로 가시며 말씀하시기를
2 “이번에 최익현의 동함으로 인하여 천지신명이 크게 동(動)하였나니 이는 그 혈성에 감동된 까닭이니라.
3 그러나 그 재질이 부족하여 대사(大事)를 감당치 못할 것이요
4 일찍 진정시키지 않으면 온 나라가 참화를 입어 무고한 창생만 사멸에 빠뜨릴 따름이라.
5 더욱이 이번 한해(旱害)를 물리치지 않아 기근까지 겹치면 생민을 구제할 방책이 전무하여 실로 양전(兩全)치 못하리니 내 어찌 차마 볼 수 있으리오.
6 그러므로 내가 공사로써 진압하였노라.”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5:138)
최익현의 명줄을 거두심
1 이 때 한 성도가 여쭈기를 “최익현이 국난으로 죽고자 하였으니 충의로운 사람이 아닙니까?” 하니
2 말씀하시기를
“익현은 벼슬이 참판(參判)에 이르러 국은(國恩)을 많이 입었으니 이제 국난을 당하여 마땅히 죽음으로써 갚는 것이 의리상 옳으니라.
3 익현이 또한 이러한 뜻을 가져 나라를 위해 한 목숨 바치고자 하니 나는 그 뜻을 가상하게 여기노라.
4 그러나 그 뜻을 행동으로 옮김이 천운(天運)을 거스르고 천하대세를 역행하는 일이라.
5 일본에 항거하는 격문을 날렸으니 이는 자기 한 몸의 죽음으로써 만백성의 목숨을 해치려는 것이로다.
6 그러므로 나는 익현으로 하여금 신하의 절개를 지켜 죽게 하고 그 세력을 거두려 하노라.” 하시고
7 “이는 최익현의 만장(輓章)이니라.” 하시며 글을 써 주시니 이러하니라.
8 讀書崔益鉉이 義氣束劍戟이라
독서최익현 의기속검극
十月對馬島에 曳曳山河교
시월대마도 예예산하교
글을 읽던 최익현이 의기로써 창검을 잡았도다.
시월이면 대마도에서 고국 산하로 썰매 자국 길게 뻗치리라.
9 이어 말씀하시기를 “이는 최익현이 죽은 뒤에 옳은 귀신(鬼神)이 되게 함이라.” 하시고
10 최익현으로 하여금 대마도로 끌려가 절사하게 하시니라.
1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최익현이 굶어죽었다 하나 뒷골방에 죽 그릇이 웬 말이냐!”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5:139)
증산도의 사상에는 김형효교수가 제시한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양가적 사유방식이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선천과 후천, 상극과 상생, 성과 웅, 춘생과 추살, 구천지와 신천지, 선천개벽과 후천개벽, '무위이화無爲理化'의 자연적 무위와
'삼계대권'의 주재(主宰)적 유의 들이 바로 그것이다.
증산도 사상의 핵심과제는 자연질서와 인간질서가 동시적으로 뒤바뀌는 후천개벽을 통해 어떻게 하면 '대원대한大寃大恨'의 구천지를 '대자대비大慈大悲'의 신천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구천지에 대한 부정과 신천지에 대한 긍정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천지에 대한 양가적 태도(부정과 긍정)이 동시에 표출되어 있다.
즉 양극단으로 대립되는 두 가지 가치를 죽임과 동시에 살리려는 '양전(兩全')과 '겸전(兼全)'의 사유방식이다.
우리는 이런 증산도의 '양전'의 사유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증산도 사상은 이런 '양전'의 사유방식을 통해 선천(先天)의 구천지의 구문명을 후천(後天)의 신천지 신문명으로 전환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우리는 박성배교수의 『깨침과 깨달음』이 동아시아 철학의 사유방식의 틀인 '체용의 논리'(몸과 몸짓의 논리)를 활용하여 믿음과 닦음과 깨침이 각기 따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셋이 하나로 붙어있음을 입증하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특히 박성배교수는 불교철학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는 깨침은 주객이분법적 사유방식을 깨 부수는 부정적 방식을 통해서 드러나는 긍정적 현실이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즉 깨침은 단순히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과 부정, 믿음과 의심의 역동적 긴장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양자가 함께 할 때만 화두라는 폭탄에 의해서 깨침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박성배교수의 몸가 몸짓의 논리는 증산도의 '양전兩全'의 논리와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증산도의 '양전'의 사유방식은 동아시아 철학의 '체'와 '용'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계승함과 동시에 창조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삼아 박성배교수의『 깨침과 깨달음』에 나타난 사유방식을 증산도 사상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검토해 보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박성배교수의 『깨침과 깨달음』에 대한 서평을 마치려고 한다.
첫째, 『깨침과 깨달음』이 '체와 용의 논리'에 바탕을 두고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행하는 '몸과 몸짓의 논리'를 발전시켜 그 나름의 일관된 사유방식의 틀을 제시한 것처럼 '양전兩全'의 논리를 통해 증산도 철학사상을 체계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사유방식의 틀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깨침과 깨달음』에서 주장하는 믿음과 닦음과 깨침의 삼위일체성의 논리를 어떻게 증산도 사상의 '성경신誠敬信'(천지성경신)과 연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증산도의 '성경신'의 논리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인간의 측면에서 보는 인간의 '성경신'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천지의 '성경신'이다.
천지의 성경신과 인간의 성경신의 관계를 하나로 일치시키려는 것이 증산도의 중심과제다. 그리고 박성배교수가 믿음과 닦음과 깨침 가운데 믿음이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처럼, 증산도 사상에서도 '성경신'에서 '신'이 비록 뒤에 나오지만 '신'이 '경신'의 근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셋째, 『깨침과 깨달음』은 믿음과 닦음과 깨침의 삼위일체성을 원효의 '일심'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일심'의 '체'에서 믿음과 닦음과 깨침의 삼위일체적 작용이 발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산도의 성경신도 '일심一心'(인간의 일심) 또는 천지일심天地一心'(천지의 일심)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일심'의 사상을 중심으로 성경신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증산도의 새로운 사유논리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넷째, 『깨침과 깨달음』의 선불교의 자력 신앙과 정토불교의 타력신앙의 통일관계에 주목한 것처럼, 증산도 사상에서도 믿음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시천주侍天主'의 증산 상제님에 대한 타력신앙과 '일심일심'에 기반을 둔 자력신앙의 논리를 하나로 통섭할 수 있는 논리를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깨침과 깨달음』에서 믿음과 닦음과 깨침이 각기 별개로 따로 있으면서도 세 가지가 삼위일체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증산도 사상의 삼대주제라고 할 수 있는 '해원解寃', '상생相生', 보은報恩'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논술할 필요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유불도(유교 불교 도교) 삼교(三敎)를 하나로 회통시키는 증산도의 '관왕삼교론'의 논리도 더욱 정교하게 체계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끝)
가을문명, 유불선 통일의 관왕 도수
1 하루는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시며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2 佛之形體요 仙之造化요 儒之凡節이니라
불지형체 선지조화 유지범절
불도는 형체를 주장하고, 선도는 조화를 주장하고, 유도는 범절을 주장하느니라.
3 受天地之虛無하여 仙之胞胎하고
수천지지허무 선지포태
受天地之寂滅하여 佛之養生하고
수천지지적멸 불지양생
受天地之以詔하여 儒之浴帶하니
수천지지이조 유지욕대
冠旺은 兜率 虛無寂滅以詔니라
관왕 도솔 허무적멸이조
천지의 허무(無極)한 기운을 받아 선도가 포태하고
천지의 적멸(太極의 空)한 기운을 받아 불도가 양생 하고
천지의 이조(皇極)하는 기운을 받아 유도가 욕대 하니
이제 (인류사가 맞이한) 성숙의 관왕(冠旺) 도수는
도솔천의 천주가 허무(仙) 적멸(佛) 이조(儒)를 모두 통솔하느니라.
4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술수(術數)는 내가 쓰기 위하여 내놓은 것이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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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철학의 새로운 사유방식의 틀 - (3) 믿음의 양가성 '조신祖信'과 교신敎信'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원정근 박사) (11) | 2014.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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