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철학의 새로운 사유방식의 틀 -
(1) 『깨침과 깨달음』의 문제의식은 어디에 있는가.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원정근 박사)
『깨침과 깨달음』은 1983년 박성배 교수가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출판한 책 'Buddhist and Sudden Enightenment 불교인의 믿음과 몰록 깨침(頓悟)'을 윤원철이 번역한 것이다. 20여년 전(2002년 번역 출판)에 출판한 이 책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새삼 우리말로 다시 번역한 것은 어떤 현재적 의미가 있는 것일까?
박성배 교수는『 깨침과 깨달』음이라는 "이 책을 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깨침과 깨달음'이 어떻게 다른가를 밝히기 위해서였다"고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깨침과 깨달음의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내려는 것이 『깨침과 깨달음』이라는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라고 한다. 그러나 깨침과 깨달음의 차이는 박성배교수가 처음으로 제기한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성철스님이 1981년에 이미 『선문정로』에서 깨침과 깨달음의 차이를 명확하게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박성배교수가 깨침과 깨달음의 차이에 주목한 것은 불교철학의 오랜 쟁점을 이루던 '돈오頓悟와 점수漸修'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성배교수는 깨침과 깨달음의 차이를 중심으로 '돈점논쟁'을 해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불교철학의 핵심적인 사유구조의 틀이었던 '체體'와 '용用'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본체와 작용)
박성배교수는 '체와 용의 논리'를 중심으로 깨침의 문제를 믿음과 닦음의 문제로 그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동아시아 불교철학의 중심과제라고 볼 수 있는 믿음과 닦음과 깨침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믿음의 관점에서 삼위일체성을 지닌 것으로 명쾌하게 풀이함으로써 불교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박성배교수는 『깨침과 깨달음』을 저술한 근본목적을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닦음과 깨침이 올바르려면 올바른 믿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현대 불교학에서는 믿음의 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믿음의 문제에 주목함으로써 불교학이 봉착하는 여러 가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 이 연구의 의도이기도 했다. 교리의 이해와 실행 사이에 놓인 괴리는 올바른 믿음을 일으킴으로써 없앨 수 있다. 닦음과 깨침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교의 수증론修證論, 즉 닦음과 깨침의 이론에서도 믿음은 핵심적 역할을 한다."
박성배교수는 『깨침과 깨달음』은 '체와 용의 논리'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믿음, 닦음, 깨침이 어떻게 각기 개별적 독자성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삼위일체적 통일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해명하는 데 그 궁극적 목표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박성배교수는 영문판 서문에서 "이 책에서 나는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믿음(信), 닦음(行), 깨침(證)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점에 초점을 두었다."라고 한다. 즉 믿음과 닦음과 깨침이 셋이면서도 하나이고 하나이면서도 셋임을 입증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박성배교수의 『깨침과 깨달음』의 문제제기가 단순히 불교철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철학의 근본물음에까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아시아 철학이 제각기 문제를 바라보는 진단책과 처방책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사유구조의 틀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깨침과 깨달음』에 나타난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체용불이體用不二'의 사유방식을 중심으로 믿음과 닦음과 깨침의 삼위일체적 관계를 논술하고, 그것이 증산도의 '양전兩全'의 사유방식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동아시아 철학에서 제기된 사유방식의 구조들이 현대문명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21세기 새로운 우주문명을 건설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되새겨보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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