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세컨드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 국정 안정을 이룬
한(漢)나라 명재상(승상) 조참
국가와 사회 조직에는 최고 지도자와 CEO, 즉 리더가 있다.
그렇다고 국가 조직과 사회단체에 훌륭한 최고지도자 혼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운영할 수는 없다.
최고지도자, 리더를 보필하는 참모진이 필요하다.
그래서 참모, 제2인자(세컨드 리더, Second Reader)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리더를 보필하는 제2인자(세컨드 리더)가 있을 때 조직과 단체는 원활하게 돌아가게 된다.
중국 민족을 한(漢)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고조 유방이 건국한 한(漢)나라에서 유래한다.
한고조 유방은 장량과 한신, 소하 등 내노라하는 핵심 참모들의 조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
장량, 한신, 소하 등과 함께 활동한 인물 중에 비록 그들보다 능력은 조금 부족하였으나 한(漢)나라 건국 공신 조참(曺參)이 있었다. 조참은 소하의 뒤를 이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재상(승상)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한(漢)나라 건국 공신으로 승상이며 최고의 자리인 상국(相國)에 위치에 오른 소하가 중병으로 죽음이 가까워져 왔을 때, 당시 한(漢)나라 황제 혜제가 와서 다음 재상(승상)으로 누가 좋겠냐고 물었다. 이에 소하는 황제(혜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하였다. 바로 조참이었다. 한 때 소하의 부하 장수로 문무(文武)를 겸비한 조참은 소하의 뒤를 이어 한(漢)나라 승상의 자리에 오른다.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원을 통일한 짧은 진(秦)나라를 거쳐 한(漢)나라를 다져놓은 인물이 명재상 소하였다.
소하는 진(秦)나라의 법령 문서를 바탕으로 구장율(九章律)이란 한(漢)나라의 법령 체계를 마련하여 국가의 기반을 다져 나갔다.
소하가 세상을 떠나고 승상에 오른 조참이 새로운 일을 하나도 하지 않자 황제인 혜제와 대신들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조참이 매일 술을 먹고 유유자적하였다는 말도 있으나,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보인다.
어느 날 혜제가 조참에게 자신도 황제로서 새롭고 위대한 개혁 정치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이에 조참은 한고조 유방과 소하를 혜제와 자신에 빗대어 황제에게 묻는다.
"폐하께서 전쟁과 군사 통솔력으로 천하를 통일하신 고조 황제(유방)보다 더 영명하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자신과 소하 승상을 비교하여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었다.
혜제의 대답은 자신과 고조 황제(유방)는 비교할 수도 없으며, 조참 승상보다는 소하 승상이 더 낫다고 대답한다.
조참은 황제 혜제에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처럼 위대한 고조 황제께서 천하를 평정하시고 소하 승상이 황제를 보필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나라의 질서를 바로 세우시어 만백성이 안정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폐하께서는 그 나라를 물려받은 것이옵고, 신(臣)은 폐하를 보필하여 이 나라를 지킬 소임을 물려받은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한(漢)나라 왕조가 창업되기까지 오랜 기간 전쟁에 시달려온 백성에게 이제는 어떠한 개혁이나 변화보다 먼저 더 필요한 것이 안정이라는 것이다.
조참은 자신의 능력이 나라를 개혁하여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이 아님을 알았고, 또 지금은 개혁할 때가 아니라 안정을 다질 때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조참은 황제를 보필하는 2인자로(세컨드 리더)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여 한(漢)나라를 안정시킨 명재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명재상 소하와 명재상 조참을 두고 소규조수(簫規曺隋), 소하가 제정한 법을 조참이 따랐다는 사자성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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