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세분화된 과학적 지식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을 거듭하게 된 계기
- 지식과 행위의 분리
'지혜로운 사람', '슬기로운 사람'이란 어떤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기술의 실행 능력과 그에 대한 지식(앎)을 동시적으로 갖추고 있는 기술자를 말한다. 그러니까 기술적 능력을 보유한 사람에게 있어서 원초적으로는 지혜롭게 행위 하는 '앎'으로서의 '지식(知識)'과 '행위(行爲)'는 분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행합일知行合一)
그러다가 희랍 사회의 문화와 기술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앎으로서의 '지식'은 그때그때의 기술적 '행위'와 일치하지 않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경우에서 행위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지적인 측면만을 '지혜'로 취급하게 되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지식적인 측면에서의 '지혜'는 사물을 '탁월하게(훌륭하게)' 다룰 수 있는 '지작인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은 앎으로서의 '지식'과 '행위'는 결별을 선언할 후 각자의 행보(行步)를 계속했던 것이다.
따라서 지혜는 지적으로 탁월하거나 훌륭한 '지식적(知識的) 능력'만을 의미하게 되었기에 전문적인 지식적 탐구로 취급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대사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의 세분화된 과학적 지식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나올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지식적인 의미에서의 지혜는 원래의 상태에 머물지 않고 기술 문명의 발달과 다양성에 따라서 여러 방면으로 분화되어 진보하게 되는데, 이에 병행해서 '으뜸'이 되는 지식적 능력도 있게 되었을 것이고 '중간'에 오는 것도 있어서 정도(degree)를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지식이 곧 능력이고 지적인 것은 다양성의 원리가 되기 때문에, 어떤 것을 훌륭하게 수행할 줄 아는 능력이란 바로 여러 대상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탁월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식적 능력으로서의 '지혜'는 곧 '지식(知識)'과 같은 뜻으로 통용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혜(智慧)와 지식(知識 = 앎)은 같은 것이냐 아니면 다른 것이냐에 의문이 발생하게 된다.
요점에서 통상적으로 지식(앎)이란 것이 어떻게 성립하게 되었는가를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인식능력에 있어서 앎은 지성을 통해 사물의 본성적인 것을 아는것, 시각을 통원하여 사물들의 외관을 보아서 아는 것, 감각을 넘어서서 지성으로 아는 것, 사물들을 비교 관찰할 때 비교함으로써 구분하여 아는 것,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들음으로써 나는 것, 지성적인 사유를 통해 아는 것, 마음의 어떤 상태를 아는 것, 관조적인 명상을 통하여 아는 것, 등의 여러 가지 뜻의 지식(앎)이 있기 때문에, 지혜는 지식이 될지언정 지식이 지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지식이 지혜다'라고 한다면 이는 범주착오(範疇錯誤)를 범하게 된다...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서양철학부 문계석 박사 기고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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