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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을주수행(신神의세계

도교의 세계, 불사(不死)와 신선(神仙) - ④ 신선과 귀향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원정근 박사)

by 도생(道生) 2014. 9. 27.

도교의 세계, 불사(不死)와 신선(神仙)

 

 

 

 

④ 신선과 귀향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원정근 박사)

 

 

 

 

 

 

 

 

 

 

 

인간의 정서 밑바닥에는 고향에 대한 도저한 향수가 자리잡고 있다.

인간 삶의 모든 활동은 어쩌면 진정한 고향을 찾아 돌아가는데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신선 설화에서 학은 언제나 장생불로의 신선과 함께 등장한다. 신선의 꿈은 귀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당시全唐詩』에 '귀학歸鶴', '요학遼鶴', 화표학華表鶴', 천년학千年鶴', '천세학千歲鶴', '천세학귀千歲鶴歸', '천년화학千年化鶴' 등의 전고典故를 내세워 후세에 고향을 잊지 못하는 사람 혹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나타내는 소재로 활용한다. 학과 관련된 이런 신선의 이야기는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수신후기搜神後記』에 나온다. 정영위丁令威의 고사가 바로 그것이다.

 

 

 

 

 

 

 

 

 

 

 

 

천년학 정영위의 이야기는 한초 연나라 사람이었던 위만에 의해 고조선(번조선)이 멸망한 비극적 사연을 담고 있다.

 

신선술을 배워 신선이 된 정영위는, 망국의 설움을 딛고 학으로 변신하여 마침내 고향 요동 땅으로 돌아갔다.

요동 성문에 화표주가 있는데, 화표주 꼭대기에 한 마리 학이 내려앉았다. 그때 한 소년이 학이 된 정영위를 알아보지 못하고 활을 들어 쏘려고 했다. 학이 이에 날아올라 공중을 배화하면서 노래하였다. "새여 새여 정영위여, 집 떠난지 천년 만에 비로소 돌아왔구려. 성곽은 옛 그대론데 사람은 아니로세. 어찌하여 선술을 배우지 않아 무덤만 즐비한고?" 그리고는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정영위의 고사는 고조선이 몰락한 뒤 동아시아의 중심권이 북방에서 내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교체기에 신선사상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신선이 된 정영위 조차도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거늘, 범인들이 어찌 선계로의 귀향을 노래하지 않을 수 있으랴! 

 

중국 도교의 창시자인 후한의 장도릉(34-156)과 비슷한 시기에 신선의 대명사로 얄려진 정영위 고사는 '천년학'의 이름으로 동아시아에서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고 전승된다.

 

 

 

 

 

 

 

 

 

 

 

 

 

당나라의 주선(酒仙)이자 시선(詩仙)이었던 이백(李白)은 『등임영허산登臨靈墟山』에서 귀향을 꿈꾸는 정영위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정영위는 인간 세상을 떠나,

옷을 떨치고 신선의 길로 들어섰네.

아홉 번 애쓰다가 마침내 단을 이루어,

오색구름 따라 하늘로 올라갔네.

솔이끼 넝쿨 자라 동굴을 가리고,

복숭아 살구꽃은 살던 곳을 덮었구나.

모르겠어라,

학이 되어 요해 건너 몇 차례나 돌아가려 했는지.

 

 

 

정영위 신선이 살던 영허산의 유적지를 방문한 이백이 귀향을 그리던 선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있다.

이백이 보기에 정영위의 화표주 시는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정영위의 신선 고사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등장한다.

퇴계 이황(1501-1570)의 매화시(梅花詩), 기봉 백광홍(1522-1556)의 『관서별곡關西別曲』, 송강 정철(1536-1593)의 『관동별곡關東別曲』, 허난설헌(1563-1589)의 『규원가閨怨歌』 등에도 나온다.

 

 

 

 

 

 

 

 

 

 

 

 

화표주에 학은 날아오지 않고,

요동 땅 해질녘 돌아가는 구름은 푸르구나.

그때에 선도 배워 생사 우습게 여겼어도,

옛 땅이라 돌아와선 슬픈 뜻만 있었다오.

내가 여태 제물의 뜻도 깨치지 못했건만,

도리어 뜬 인생의 슬픔을 깨닫겠네.

즐비한 흙무덤에 묻힌 이들 중엔,

정영위 알던 이도 있겠지.

봉래산은 본디 발해의 땅에 있었거니,

어이하면 학을 타고 선계를 찾아볼거나?

 

 

 

 정영위의 고사를 빌어 송강 정철을 추모하는 이춘영(李春英, 1563-1606)의 이 시는 너울너울 춤추는 학을 타고 어지러운 현실세계를 떠나 신선세계로 향하고픈 자신의 심회를 피력했다. 좌절과 질곡의 연속일 뿐인 현실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학을 타고 올라가는 선향(仙鄕)은 인간의 영원한 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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