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음악, 전통음악 국악(國樂) 수제천(壽齊天)과 서양음악
국악(國樂)은 화성(和聲)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이 아니라고 말을 한다.
합주곡에서 각 파트가 어느 특정파트에 매어 있지 않고 그 파트 나름대로 최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락 중심으로 싸여 있다. 그래서 한 파트만 떼어서 연주하면 독주곡이 되고, 두 파트만 떼어서 연주하면 병주(2중주)곡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악 오케스트라는 각 파트의 개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있으니 가장 민주적인 합주인 셈이다. 더구나 각 파트가 개성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도 조화가 잘 된다.
대금, 피리, 해금, 북, 장고 등의 악기가 하나의 큰 가락을 연주하는 듯 들리는 합주 음악인 수제천(壽齊天)에서도 유심히 들어보면 여러 악기의 가락들이 지나가면서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화음들처럼 의도하지 않은 화성이 있지만, 서양의 화성체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절대적인 음높이를 정하기 위해 초당 440헤르츠의 높이를 내도록 만들어진 Y자의 쇠로된 굽쇠를 울리면 나는 음을 기준음 A음으로 못박아서 통일한 서양의 경우와 우리의 국악은 재질과 제작배경에 담긴 사상자체가 다르다.
조선조의 악학궤범에 의하면 12율려의 가장 기준이 되는 음인 황종은 잘 영근 기장알 1,200알을 담을 수 있는 부피의 대나무관(管)을 황종관의 길이로, 최근까지도 우리 전통음악의 기준음을 황종이나 임종이냐를 정하는 방법으로는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을 이용했다고 한다.
삼분손익법은 국악의 음률 산정법으로 삼분손일(三分損一)과 삼분익일(三分益一)을 교대로 적용하여 음을 얻는 방법이다.
삼분손일은 율관이나 줄의 길이를 3등분하여 그 중1/3을 빼 낸 나머지 2/3의 길이를 말하는데, 이 때는 율관이나 줄의 길이가 짧아졌으므로 음은 약 완전 5도 위의 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삼분익일이란 일정한 길이를 3등분한 후 1/3을 더해 준 길이, 즉 4/3의 길이를 말하는데, 이때는 줄이나 관의 길이가 늘어났으므로 음이 낮아지는 데 약 완전 4도 가량 낮아진다.
이런 방식에 의해 손일(損一)과 익일(益一)을 교대로 사용하면 12율, 즉 황종, 임종, 태주, 남려, 고선, 음종, 유빈, 대려, 이칙, 협종, 무역, 중려의 순으로 12율을 얻을 수 있다.
근세 개화기부터 기독교계가 찬송가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서양 우월적인 관점에서 우리 전통음악을 하시(下視)하고 배척하는 풍조가 지금 사회적으로 화성위주의 음악이 고급음악이라는 식의 관념을 양산하게 된 것이라고 음악평론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뿐 아니라 처음 듣는 서구인 모두에게 천지의 음악,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의 전통음악 국악 수제천(壽齊天)의 유장한 가락의 흐름 속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마치 수행(修行, 명상)을 끝내고 입정의 상태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 온 우주와 합일된 듯한 고요함 속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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