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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 아름다운 성찰 (영혼을 위한 여행)

by 도생(道生) 2014. 11. 2.

여행, 그 아름다운 성찰(영혼을 위한 여행)

(김래호 칼럼니스트)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입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신영복 "처음처럼" 中)

 

 

한국의 가을기행문 중에 으뜸은 정비석(1911~1991)의 "산정무한(山情無限)이 아닌가 한다.

금강산을 다녀온 감회를 오롯이 담은 이 수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정말 우리도 한 떨기 단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리는 줄기요, 팔은 가지인 채,  피부는 단풍으로 물들어 버린 것 같다.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짜면, 물에 헹궈 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만산홍엽(滿山紅葉)!

온 산에 붉은 단풍이 물결치는 풍악산, 그림 같은 그곳에 파묻힌 일행은 몇 번씩 탄성을 지르고 산행한다. 어느덧 하나 된 나무와 사람, 마침내 사람인지 단풍나무인지 구별이 안 되는 합일의 정점에 다다른다.

그것은 인간의 성정을 통째로 내던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일말의 고뇌와 집착어라도 갖고 있다면 이르지 못하는 경지다.

 

이 정비석의 "단풍"은 중국 명나라의 장대의 "설원"과 동일한 대상이다. 자연은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변화와 순환의 질서를 어김없이 지키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단풍이고 겨울이면 설원인 자연...

 

이렇듯 여행은 잊고 지내던 혹은 깨닫지 못하던 "진리"를 넌즈시 일러준다.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틈입하는 여행.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은 떠나온 "자리"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한층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행은 구조주의학파(structuralist)에 따르면 고대 신화의 틀을 그대로 모방한다.

그리스나 로마 신화를 비롯한 동서양의 신화들 모두 "여행"구조라는 것이다.

그 길에서 부닥치는 갖은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모험담이 바로 신화다.

 

그런데 이 신화는 늘 살아 재연된다.

이를테면 미국영화 "ET"나 한국고대소설 "심청전"은 모두 똑같은 기승전결이다. 주인공들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지구나 용궁인 "외계"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태어나 다시 떠나는 설정.

이 패턴은 사람의 일생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과연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또한 누구에게, 어떻게 위로나 격려를 받는 것인가?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가을.

자신을 찾고 또한 누구인가를 만나기 좋은 때이다.

더운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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